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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Tool

Waterman A/S 후기

0. 시작


작년 말에 해외출장을 나가면서 면세점에서 Waterman을 구매하였다.  처음 구매한 것이 EXPERT였고, 나중에 구매한 것이 HEMISPHERE였는데,  앞서 구매한 EXPERT는 내부에서 잉크가 계속 새어 나오는 문제가 발견되어 A/S를 의뢰하게 되었다.












1. 항소


신라면세점에서 구매한 WATERMAN은 항소에서 수입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약 17년전에 24-50 NIKKOR렌즈를 photocom에서 중고로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구매자가 항소직원이었고,  학생이었던 내가 네고를 해줬더니 파커만년필을 선물해 주었다.   그 만년필은 최근까지 현역으로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겨 A/S를 받아서 또 사용하다가 결국 폐기했지만,  항소의 A/S는 몇번 이용해보았으나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어도 작년 10월초에 A/S를 맡긴 LAMY에 비하면 말이다.  (LAMY의 A/S품은 독일로 건너갔다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아래 내용에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또 항소의 제품을 이용할 것이다.  이번에는 운이 좋지 않아 직원의 단순 실수를 겪었는데,  그 직원은 사과를 하였고,  내게 다시 서비스를 제안하였으나,  대수롭지 않은 내용이어서 내가 거절했을 뿐이다.

그런 실수만으로 여태껏 만족스러웠던 항소의 A/S 시스템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굳이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은 경험을 기록하고자 하는 것이다.










2. 고장증상


2번의 카트리지와 1번의 컨버터를 교체하는 동안 한번도 온전히 다 소모하여 교체한 적이 없었다.   2번의 카트리지는 내부에서 잉크가 새어 나왔고,  컨버터는 목이 부러져 잉크가 흘러 나왔다.  원인은 모르겠다.  1번의 카트리지와 컨버터 파손시에는 해외출장 중 중요한 자리에서 맞닥뜨린 경험이라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신기한 것은 내부에 흥건하게 잉크가 비집고 나왔을 지언정 손잡이에는 크게 잉크가 묻어나지 않은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한두번의 실수는 참아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참을 수 없다. 










3. A/S 의뢰


우체국택배로 구매시 제공해온 박스를 이용하여 발송했다.  

정확한 증상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내부에 잉크가 흥건한 상태로 보내었다.  누액이 우려되어 휴지로 둘둘 말아서 포장하여 발송했다.  빠른 등기로 우체국 마감직전에 발송한 만년필은 다음날 오전 8시반에 항소로부터 접수확인과 추후 계획, 그리고 며칠 남지 않은 설날로 인해 회송택배가 조금 늦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으며 도착을 알려왔다.

이러한 연락은 당연한 듯 하지만,  하지 않는 곳이 더 많으며,  제품을 맡긴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고 확실하게 믿음을 준다.


원인은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카트리지의 삽입구부가 좀 더 찢어져 있었고,  이로 인해 누액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파손되었지만, 폐기시켜 발송하지 못한 컨버터의 파손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지 못했다.  우선 컨버터는 추가로 보내달라고 요청하였더니,  추후에는 손상되었더라도 보내달라는 요청과 함께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누액은 카트리지를 몇개 더 시험해보고  추후 별다른 문제가 다시 발견되지 않으면 발송한다고 했다.









4. 회신


도착한 제품은 노란색 뽁뽁이가 담긴 단단한 종이 봉투에  담겨왔다.





봉투를 개봉하니 발송할 때의 박스가 나를 반긴다.

박스를 열어보니, 명함이 딱 놓여 있는데,  이 때 기분은 뭔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거나, 혹은 내가 이름을 걸고 이 작업을 담당했습니다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AS center를 가보면 가장 먼저 맞는 것이 기사님의 명함을 받아드는 것이지만,  택배로 송부한 제품에서 명함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발송과정에서 새나온 잉크가 매우 많았던 것 같다.  

꽤 많은 휴지를 둘둘둘 말아서 넣었음에도 밖에까지 흥건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박스를 열어보니 아래와 같이 들어있다.   약속대로 컨버터가 포함되어 있다.






만년필을 열어보고 조물딱 거리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다.

그래서 열어보았더니,  누액이 또 보였다.






베럴부분의 이음매 부분에도 검은색바탕에 좀 이상한 색들이 비친다.





카트리지의 끝부분에도 말라붙은 듯한 잉크가 보인다.







베럴의 끝단부에도.  닦에낸 휴지에도





닙에도 잉크가 맺혀있다.





손에도 이렇게 묻어났다.












5. AS센터와의 통화


센터 직원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하던 것을 생각하고는 다시 택배를 포장하여 보내고 받을 생각에 밀려오는 짜증을 진정시키고,  명함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결론은 파트도 일부 교환했고, 문제 여부를 카트리지를 여러번 교체하며 확인하여 송부했다는 것이다.  통화중에 스치는 생각이 최종 동봉된 카트리지는 검은색인데 반해 겉에 말라 붙어 있다 손에 묻어난 잉크는 파란색이다.

수리만 했을 뿐,  발송시 새어나온 잉크를 세척하지 않고 되돌려 보낸 것이다.  세척이야 더운물에 담궈두고 씻어내면 해결될 일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다시 택배를 포장하고 보내고 받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대화중에 세척을 하지 않은 부분은 기사분이 정중히  거듭 사과하였고,  되돌려 보내면 세척을 완료하겠다고 하였으나,  내가 원하지 않아 제안을 거절했다.

현재까지 대략 이주일정도가 지났는데,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어 결과는 좋다.












6. 결론


주변에 만년필을 사용하는 동료들이 몇 늘었다.  대부분 직구나 알리를 통한 구매가 많다.

하지만 만년필은 매우 민감하고,  상태가 조금만 좋지 않아도 금세 티를 낸다.  그 티가 오래가거나 심해지면 결국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할 때가 있다.  이번처럼 말이다.  그렇게 만년필은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다.


항소에서 수입하고 판매하는 제품은 가격이 직구에 비해 분명히 비싸다.  

그렇지만, 구매하는 제품이 언제든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만년필이고장기간 동안 돌보아 주어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금번의 AS의뢰는 좀 껄끄러운 점이 있었지만,  단순히 세척을 놓친 것일 뿐,  다른 점에서는 분명 훌륭했다.

따라서 만년필을 다시 구매한다면,  항소의 브랜드를 이용할 것이다.